2011년 6월 25일 토요일

[cifer's 단상] 비 오는 날의 추억

아주 오랜 예전, 아직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폭우가 쏟아 질 때였습니다.
우산을 안가지고 온 김에 한 없이 비를 맞고 싶었습니다.
폭우에 옷이 젖는 것은 금방이더군요.
그야말로 팬티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집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을 때도 옷에선 주르르 물이 흘러 내립디다.
 
집에 도착할 때쯤 비는 멈추고
흠뻑 젖어 있던 옷도 온기에 얼추 말라가더군요.
너무 흠뻑 맞은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오자마자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이불에 누웠음에도
3일을 꼬박 앓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번 쯤 그렇게 미친짓을 하는 것도 괜찮은 추억인 듯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관계를 가집니다.
때로는 연인으로서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고,
때로는 이곳에서처럼 주종으로서 복종과 봉사를 하고,
때로는 서로 평생 원수로 이를 갈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 어느 것이든 빠질땐 흠뻑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다음에 몇날 몇일을 가슴앓이하고, 마음속 화인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지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내던질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한번이나마 품었던 사람은 불행하지 않습니다.

2011년 6월 2일 목요일

[cifer's SM] 향기

주로 밤에 깨어 있곤 합니다.
불 꺼진 마을 위로 삭월이 뜰 때면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아스라이 마을을 감싸곤 하지요.
창문을 열고 어둔 밤하늘을 보며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면 하얀 담배 연기가 밤하늘 저 멀리 흩어집니다.
혹시 아시나요?
밤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추운 겨울엔 에일듯한 바람에 섞인 냉기의 냄새가,
비 오는 날엔 물컹물컹하며 풋풋한 물 냄새가,
그리고오늘 같은 초여름 밤엔 아카시아 향기 섞인 서늘한 바람 냄새가 물씬 풍겨 옵니다.
밤은 저마다 다 자기의 냄새를 가지고 있더군요.
아마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에게선 곁에 있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좋은 향기가,
어떤 사람에게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악취가 풍기곤 합니다.
그런데 몸에서 나는 냄새는 금방 잊혀지고악취라도 참을 만 하지요.
영혼에서 나는 냄새는 쉬이 잊히지도두고 참기도 힘듭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과연 나에게선 어떤 냄새가 날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내 스스로 돌아 봐도 내게 나는 냄새를 맡진 못합니다.
다만 난 소망합니다.
사람들이 그윽한 영혼을 가진 사람 곁에 있으면 포근해지고 행복해하듯이,
주위의 사람들이 미소 지을 수 있고편안할 수 있는 향기가 전해지기를.

^^;;;;
그런데...
가만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룰 수 없는 소망 같기도 합니다.
내 천성은 사악하고못되고제 욕심만 챙기는 놈이란 생각이 퍼뜩 떠오릅니다.
하긴달래 돔이겠습니까?

2011년 5월 24일 화요일

[cifer's SM] 두서없는 이야기 두 개

월요일 새벽은 고요합니다.
특히 이슬비가 내린 다음날 월요일 새벽은 더욱 고요합니다.
담배를 하나 피러 창밖을 내다보니, 저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말고는
쥐죽은듯 적막한 새벽 공기만 반깁니다.

이야기 하나.
얼마 전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일 DS 중인 돔과 섭이 있는데,
만일 돔이 섭을 자신의 노예라 생각지 않는다면,
섭이 돔을 자신의 주인이라 생각지 않는다면,
그것은 각각 DS일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다양한 DS의 형태만큼이나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요.
정답이라 할 수 없는 내 생각은 단순합니다.
둘 다 DS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DS의 기본 조건은 진실입니다.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면 DS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혹자는 내게 1회성 플도 DS가 아니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그에 대해서도 전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론 단지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이야기 둘.
역시 얼마 전, 제 노예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왜 누군가는 행복한 DS를 하고 누군가는 불행에 빠지는 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난 그것에 크게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주인을 알아 볼 줄 아는 안목과 그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마지막으로 작은 행운입니다.

첫 번째, 자신의 주인을 알아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
그것은 외모나 화술, 지적 능력,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을 말함이 아닙니다.
그 모든 ‘조건’들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섭이 유명한 대학을 나와 전도양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주인이 반드시 그보다 더 유명한 대학을 나와 더 전도양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조건은 어긋나지만 그 섭의 성향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사람.
바로 그가 그 섭의 주인입니다.
그런 주인을 알아보기 위해선 반드시 먼저 자신의 성향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섭의 성향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복종과 피학, 그리고 봉사입니다.
돔의 성향은 그것과 반대되겠지요.
더 자세히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이 이상은 ‘생략’합니다.
(((( '')a “난 무책임 한 사람~”

두 번째, 인내입니다.
성향은 공평합니다.
DS중이지 않은 많은 돔들만큼이나 섭들 역시 소위 ‘욕불’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신의 성향이 발현되길 늘 원합니다.
그것은 비단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소위 작업을 잘하는 ‘꾼’들은 바로 그 점을 노리곤 합니다.
상대적으로 남자들 보다 더 상처받기 쉽고, 잃을 것이 많은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DS에 있어 신중합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런가요?
불타는 ‘성향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불만 때문에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상처를 받고, 아파하게 되지요.
그래서 더더욱 세 번째 조건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자그마한 행운입니다.
그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어떤 사람에겐 아무리 기다려도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겐 첫 번째 주인이 평생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각 사람마다 기다릴 수 있는 인내는 다릅니다.
그 인내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자신의 주인을 발견하고 찾을 수 있다면,
그래서 DS를 맺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운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함께 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