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4일 금요일

[cifer's SM] DS의 단계

오늘도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갑니다.

사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기 보다는 이렇게 버스나 전철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 속에서 사색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버스 창밖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직 5월 초입인데도 여름 향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여름의 새파란 푸름을 즐기면서 문득 DS의 단계에 대해서 떠올립니다.

DS, 혹은 SM……

DS에도 단계가 존재합니다.

난 그 단계를 모두 4단계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즐기는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DS가 여기에 속하고, 이 단계에서 깨집니다.

말 그대로 플을 즐기는 단계입니다.

가학과 피학, 명령과 복종, 지배와 봉사……

이를 위한 수많은 플이란 이름의 행위들. 그리고 그 플을 통해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부산물 같은 쾌락들.

이것이 DS의 첫 번째 단계이며 대부분의 섭들이 아직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대부분의 DS가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깨어지고 맙니다.



두 번째는 복종의 단계입니다.

첫 번째도 복종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은 선택적인 복종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 있어서는 그 앞에 한 가지 단어가 더 붙습니다.

바로 ‘절대적인’ 이란 형용사입니다.

절대적인 복종을 통해 섭은 이전 즐기는, 쾌락적인 DS가 아닌, 주인에게 속한 노예로써 주인의 소유물로써 자리매김 합니다.

더 이상 돔과 섭이라는 타이들 대신 말 그대로 주인(마스터)와 노예(슬레이브)란 명칭이 어울리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주인은 더 이상 노예의 눈치를 보거나, 노예의 상태나 의사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 모두를 노예에게 ‘명령’합니다. 노예는 항상 주인의 명령에 귀 기울이고, 주인의 명령 속에 포함된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따르기 위해 전심을 다해 노력합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단계에 접어들며,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서로의 인내 속에 꾸준한 조교를 통해 도달 가능합니다.

그 안을 보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예가 눈부시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노예의 그러한 변화가 그 주인 때문임을 간과하곤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봉사입니다.

이 봉사란 단어 역시 그 앞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인’인 단어가 붙습니다.

이전의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그리고 하나를 더 붙이자면 적극적인 봉사를 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주인은 더 이상 노예에 대한 조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노예와 함께 하는 모든 행동이 플이며 조교이기 때문입니다.

노예 또한 이전의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봉사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봉사를 수행합니다. 이 단계에서 노예는 자신의 쾌락보다 주인의 쾌락이 더 중요시 됩니다.

즉, 주인이 자신을 통해 즐거움과 쾌락을 느꼈을 때, 그것이 자신의 가장 큰 즐거움과 쾌락이 되며, 이것이 곧 노예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이를 위해서 노예는 항상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주인의 마음을 파악 합니다. 그리고 주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노예의 눈과 마음은 주인에게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극소수만이 이 단계에 진입합니다.

노예는 더 이상 빛나지 않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섭 처럼 평범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노예는 자연스럽게 주인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녹아듬입니다.

이 단계의 자세한 것은 생략합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노예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늘 주인의 한 걸음 뒤에 위치해 있으며, 자연스럽게 주인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주인의 삶에서 뿐 아니라 주인의 모든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주인을 볼 때, 노예는 주인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어느덧 버스의 목적지에 도착했고, 생각을 멈추고 서둘러 버스에서 내립니다.

여전히 때이른 초여름의 열기에 몸에서는 살짝 땀방울이 맺힙니다.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에 섞이며 살짝 바람에 몸을 맡겨 봅니다.
 



2012.5.4

by. cifer_el